[교회개척이야기 9]
유영업 목사
기도회를 시작했다. 김포장로교회의 성도들이 남의 예배당에서 교회를 시작하며 첫 번째로 한 일은 기도다.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쉽지 않았다. 마음이 급하면 기도가 안된다. 기도부터 안된다. 염려가 짓누르면 기도에 집중하기 어렵다. 염려가 블랙홀처럼 우리를 빨아들이기 때문이다. 아무 것도 없이 기도하는데 기도가 잘 될 리가 만무했다. 그래도 함께 기도할 성도들이 있음이 감사했다. 깔깔거리며 뛰어다니는 아이들이 있어서 감사했다. 무엇보다 청년들이 함께 해서 든든했다. 주일 오후 2시 30분부터 우리는 모일 수 있었기에 점심 먹고 느긋하게 모였다. 말씀을 듣고 기도를 시작했다.
기도는 어렵다. 내게 당장 필요한 것을 아뢰는 일이 쉽지 않다. 그게 정말 필요한지도 모른다. 그래서 하나님의 뜻을 헤아려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지 다시 생각하고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바가 무엇인지 다시 헤아려 본다. 우리는 ‘나’를 헤아리는데 급급하다. ‘나’를 헤아리고 있노라면 염려는 커지고 하나님은 작아진다. 그러나 하나님을 헤아리기 시작하면 염려는 작아지고 하나님은 커진다. 기도가 깊어질수록 염려는 사라진다. 두려움도 쪼그라든다. 조급함도 그 기세가 꺾인다. 그래서 기도의 자리에서 알게 되는 하나님은 특별하다. 훨씬 더 생생하다. 교회를 개척하며 소수의 성도들과 둘러앉아 기도하는데 자꾸만 ‘하나님’이 아니라 ‘나’를 헤아리게 된다. 자기 연민과 욕망도 슬금슬금 올라왔다. 그걸 이겨낼 수 있는 길은 하나 뿐이다. 하나님의 말씀을 헤아리며 하나님께로 나아가는 것이다. 그래서 기도는 한 단어로 집약 된다. 어릴 때 예배 시간에 먼저 와서 기도하시던 권사님들이 있었다. 호기심을 참을 수 없어서 옆에 앉아서 뭐라고 기도하시는지 엿듣곤 했다. 별거 없었다. 한 마디 말밖에 들리지 않았다. “아버지!” 또 무슨 소리 하시나 옆에서 눈을 감고 기도하는 척 하고 있으면 한참 있다가 또 한 마디 하신다, “아버지!” 이제 내가 그 나이쯤 되고 교회를 개척한답시고 기도의 자리에 앉으니 같은 기도나 나온다. “아버지!”... 우리의 아버지 하나님을 헤아려보는 시간이 기도시간이다.
기도한다고 금방 응답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설 수도 없다. 그래서 기도는 기다림이다. 아버지께서 무엇을 하실지 기다리는 시간이다. 아버지의 뜻을 헤아리는 자는 그 뜻이 나타나도록 기다린다.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알 수 없다. 하나님에 대한 나의 지식은 너무나 부족하다. 그래서 그냥 기다린다. 기다림을 가능하게 하는 힘은 “아름다운 복음”에서 나온다. 하나님께서 나를 사랑하사 독생자를 보내시고, 나를 대신하여 죽게 하사 나를 죄와 사망에서 구원하신 아름다운 복음! 이 복음을 묵상하면 기다릴 수 있다. 그래도 힘들면 찬송을 부른다. 그렇게 기다리다 보면 하늘에서 선물이 내려온다. 전에는 깨닫지 못한 것을 깨닫게 하신다. 생각하지 못한 것을 생각나게 하신다. 전에는 중요하지 않다고 여긴 것이 중요하게 다가온다. 마치 하얀 눈이 내리듯이 하늘로부터 생각이 내려온다. 한두 번 그런 경험을 하게 되면 기도하면서 더 많이 기다리게 된다. 어떤 이들은 그것을 하나님의 음성이라고도 하고 어떤 이들은 하나님의 인도하심이라고 한다. 그것은 말씀과 함께 기도하며 하나님을 뜻을 헤아리는 자들에게 주시는 하나님의 선물이다. 거기에는 지혜도 있고 용기도 있고 분별도 있고 결단도 있다. 성령으로 새로워지는 시간이다.
기도하고 나면 성도들의 얼굴이 밝아진다. 나도 덩달아 밝아진다. 하나님의 뜻을 헤아리고 하나님의 뜻이 조금씩 드러나면 하나님께서 하실 일이 기대된다. 마음이 설레기 시작한다. 걸을 때도 밥 먹을 때도 잠잘 때도 가라앉지 않고 들떠서 두근거린다. 그래서 기도는 설렘이다. “너희가 내 안에 거하고 내 말이 너희 안에 거하면 무엇이든지 원하는 대로 구하라 그리하면 이루리라”(요15:7). 기도는 찬송으로 이어진다. 찬송이 기도를 이끌기도 하지만, 기도가 찬송을 터져 나오게 한다. 때마침 우리 교회를 품어주신 큰 교회 담임목사님께서 ‘꿈나래부실’에서 주일 오후에 모이기 시작한 작은 교회에 대하여 광고해주셨다. 예배도 가보라고 하셨다. 개척교회에 가서 섬기고 싶은 마음이 있으면 섬겨보라고도 하셨다. 이제 뭔가 되려나 보다 싶었다.
교회개척 이야기 9 - 헤아림과 기다림과 설렘의 기도 - 고신뉴스 KN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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