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개척 이야기 8] 하나님의 지혜와 사랑인 12성도
유영업 목사
교회가 없었다. 예배하는 공동체인 교회가 모일 예배실은 준비되었으나 교회가 없었다. 개척 교회니까 없는 게 당연하다. 그러면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문득 6개월 전에 그만 두겠다고 선언했던 교회의 성도들이 생각났다. 그들 중에 나를 아끼고 사랑하는 자들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아니, 나는 부족하지만 교회를 세우는 일은 명분 있는 일이니까 헌신할 사람들이 있으리라 여겼다. 아마도 내가 개척교회를 한다고 하면 여러 가정이 함께 하지 않을까 기대도 되었다. 그러나 그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문제는 나에게 있었다. 짓눌러온 감정이 뭉글뭉글 올라왔기 때문이다. 6개월 동안 고독과 기도 가운데 잘 다스렸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남아 있었다. 하나님의 은혜와 동역자들의 지지 속에 잘 해결되었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이럴 때일수록 정공법으로 가야 한다. 괜한 기대도 안되고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운운하는 일도 안된다. 왜냐하면 전선은 따로 있기 때문이다. 대적은 명백하다. 우리의 원수인 죄와 사망이다. 그 배후에서 역사하는 사단이다. 전신갑주를 제대로 입고 있다면 싸워야할 적이 누군지, 싸워야할 전선이 어딘지, 명확하게 보인다. 같은 전신갑주를 입고 있는 자들과 싸울 수는 없다. 엉뚱한 전신갑주를 입고 있으니 적을 오인하고 잘못된 전선을 형성하는 것이다. 설교하면서 목소리 높여 외치곤 했었다. “내 안에 있는 죄와 내가 하나 되어 형제자매들이나 직분자들과 싸우지 마십시오. 비록 허물 많은 성도요 부족한 직분자들이지만 그들과 내가 하나 되어 내 안에 있는 죄와 싸워야 합니다. 전선이 어디에 있는지 올바로 분별하십시오” 우리는 종종 “회개하라”는 말씀이 나와는 상관이 없다고 여긴다. 바로 내게 주신 명령인데 다른 사람에게 주신 명령이라 확신한다. 그냥 우기는 정도가 아니라 빠득빠득 우긴다. 나와 상관없는 듯 분노한다. 그 누구도 예외가 없다. 언제쯤 엉뚱한 전선에서 헤매지 않고 제대로 된 싸움을 싸울 수 있을까? 교회를 시작하려고 마음먹었을 때 내 안에서 전선이 옮겨지고 있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아내와 둘이 시작하면 더 심해질 것 같았다.
공적으로 부닥쳐 보기로 했다. 그래서 당회에 청원을 하였다. 개척교회를 시작하려고 하니 교회 개척에 뜻이 있는 성도가 혹시 있다면 지원을 받아 달라고 했다. 없어도 괜찮다고 했다. 그리고 한 사람이라도 있다면 공적으로 파송해달라고 청원하였다. ‘자존심도 없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꾸만 엉뚱한 전선으로 끌려가는 걸 느꼈다. 그 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기도다. 말씀이다. 내 안에 있는 죄와 내가 하나 되지 않으려고 성령하나님의 도우심을 구했다. 하나님의 주권을 명백히 보여주셨던 이사야 10장 15절 말씀을 읊조리며 나를 다스렸다. 인간은 참 이상하다. 한편으로는 전선이 형성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기대를 하게 된다. ‘너무 많은 사람이 지원하면 어떡하지?’ 실재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참 나도… 별수 없는 인간이다. 하나님께 의탁한다고 말하면서도 기회만 되면 계산을 한다. 기회만 되면 인간적인 기대를 한다. 기회만 되면 잘 되는 쪽으로 상상을 한다. 많이 따라오면 교회가 어려워질텐데… 염려도 되었다. 얼마나 큰 착각이었는지 금방 드러났다.
결과는 두 가정에 청년 네 명이 지원하였다. 하나님의 지혜가 묻어있는 규모였다. 하나님의 사랑이 담긴 작품이었다. 교회도 어려움이 없게 하시고 나도 교만하지 않도록 하나님께서 조정하셨다. 그들은 연약하지만 용사들이다. 나를 사랑하고 나와 함께 죄와 맞서 싸울 전우들이다. 마음이 든든했다. 그들은 내가 아무 것도 없을 때 함께 교회를 해보겠다고 나선 성도들이다. 그들의 용기는 나보다 작지 않다. 그렇게 해서 우리 부부를 포함한 12명의 성도들이 김포장로교회를 시작하게 되었다. 교회가 교회 개척을 지원하기 위해 성도를 공적으로 파송하는 일은 귀한 일이다. 이는 어떤 일보다 우선되고 가치 있는 일이다. 그렇게 구성된 김포장로교회의 12성도는 은혜로 예비하신 예배당에서 준비기도회를 시작하였다.
교회개척 이야기 8 - 하나님의 지혜와 사랑인 12성도 - 고신뉴스 KNC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