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개척이야기 11]
유영업목사
주보를 만드는 일이 쉽지 않았다. 첫 예배를 준비하며 주보를 구상하기 시작했다. 주보를 왜 만드는지 먼저 생각했다. 주보는 주일에 성도들이 예배하러 와서 처음 보게 된다. 그리고 교회를 방문하는 이들에게 보여준다. 시간이 지나면 주보는 기록된 역사로 남게 된다. 주보는 김장교회 성도들에게나 방문자들에게나 훗날에 김장교회를 알고자 하는 이들에게 중요한 자료가 된다. 그래서 어떤 내용을 얼마나 담아야 하는지 정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 며칠 전에 어떤 목사님이 우리교회의 주보를 보시더니 “주보를 보니 목사님의 신학이 담겨 있네요”라는 말을 하였다. 그렇다. 주보를 보는 사람들은 누구나 우리의 신학을 보게 될 것이다. 우리가 삼위하나님의 자녀라는 사실과 그 분께 매주일 예배한다는 것, 그리고 우리가 개혁신앙의 교회라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고신총회 헌법 예배모범 1장 1조에 보면 교회를 “예배하는 공동체”로 규정하면서 교회의 3대 표지를 천명하고 있다. “하나님의 말씀이 정확하게 선포되어야 하고 성례를 올바르게 집행해야 하며 권징을 정당하게 시행함으로서 그 정통성이 유지되어야 한다”(예배모범 1장 1조). 한 달 전에 있었던 “김포장로교회 설립감사예배”에서 부노회장은 “마태복음 28장 19-20절 말씀으로 ‘참 교회를 세워가자“라는 제목의 설교를 하시면서 ’교회의 3대표지’를 잘 지키라고 당부하셨다. 첫 예배를 드린지 1주년이 되는 지난 주일에는 ”교회 중심“이라는 제목으로 설교하면서 3대표지의 중요성을 다시 강조하였다. 교회의 3대표지는 새로운 교회를 시작하는 지점에서 가장 소중하게 붙잡았던 요소였다.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교회를 세우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 마음을 가지고 여러 교회의 주보를 살펴보던 중 한 교회의 주보 1면에 ”말씀/성례/권징“이라고 표기 되어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1면의 중앙에 선명하게 기록되어 있었다. 그것을 보는 순간, 이거다 싶었다. 가슴이 뛰었다. 그래서 담임목사님께 전화해서 여러 가지 대화를 나눈 후 우리교회 주보 1면에도 이를 명기하였다.
무엇보다 예배순서를 두고 고민을 많이 했다. 여러 교회의 예배 순서도 살펴보았다. 헌법에는 이렇게 규정되어 있다. 예배는 “하나님의 은혜에 보답하는 대표적인 행위”이다(2조 1항). “예배의 본질은 언약적이다”(2조 2항). “예배는 하나님께로부터 오는 복, 말씀 등과 같은 요소들이 있고, 하나님의 백성들이 드리는 찬양, 기도, 헌금 등과 같은 요소들이 있다”(2조 2항) 헌법을 지키기로 삼위하나님 앞에서 서약한 고신총회의 목사로서 이러한 점을 제대로 담아내고 싶었다. 언약적인 면을 이전 교회에서도 이미 반영해본 경험이 있어서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좀 더 정교하게 다듬고 싶었다. 그러던 중 존경하는 선배목사님의 교회 주보를 보면서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목사님께 허락을 받아 그대로 반영하였다. 지난 일 년 동안 조금씩 바꾸면서 오늘의 예배순서를 갖게 되었다. 하나님께서 오시는 시간과 우리가 하나님께 드리는 시간을 화살표로 구분하였다. 성도들이 살아계신 하나님과 대화하듯이 예배에 참여할 수 있도록 역동성을 담았다. 그리스도인들의 3대 보물인 사도신경과 십계명과 주기도문을 예배시간에 고백하고 선포하며 기도한다. 헌금은 예배 시간에 하나님께 드리는 형식을 취하였다. 찬송은 예배에 합당한 검증된 찬송으로 하되 향후 시편찬송도 포함시킬 예정이다. 예배 순서를 구성하며 성도들을 “소비자”로 보지 않으려고 노력하였다. 소위 “소비자중심”의 예배 아닌 예배를 배제하고 “하나님 중심”의 예배가 되게 하려고 노력하였다.
그 외에도 성도들이 설교를 받아 적을 수 있도록 설교의 핵심 요소를 간략히 기재하였다. 올해부터 연말에는 성도들이 주보에 설교를 간략히 기록하여 모아 오면 ‘주보책’으로 제본해주기로 하였다. 그리고 그날에 선포되는 말씀 한 두 구절, 웨스트민스터 대교리문답 한 문항, 교회 소식과 성도들의 감사제목이 들어 있다. 그리고 지난 주일이나 그 주간에 있었던 주요 장면 중 하나를 사진으로 찍어 포함시켰다. 글로 표현할 수 없는 생생함을 사진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봉사자의 이름도 나온다. 어떤 분은 우리교회 주보를 보고 “매우 간단하네요”라는 반응을 보였다. 간단하지만 성도들에게 필요하고 방문자들에게 말하고 싶은 것을 담았다. 역사의 자료로 보관되어 몇 년 후 혹은 몇 십 년 후, 누군가 우리교회의 주보를 보게 될 때, 김장교회의 목사와 성도들이 어떻게 예배하며 어떤 말씀을 들었고 어떻게 신앙의 정통을 지킬 수 있었는지 알 수 있으면 좋겠다.
교회개척 이야기 11 - 신학이 담겨있는 주보 - 고신뉴스 KN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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