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관리자

나도 모르게 시작된 교회개척

최종 수정일: 1월 13일

[교회개척이야기1]


유영업 목사

두려웠다. 교회를 개척한다는 것은 몹시 두려웠다. 나는 설교하면서 “그 사람이 무엇을 두려워하는지를 보면 그 사람의 신앙을 알 수 있다”라는 말을 종종했었다. 그러나 정작 나는 교회를 개척하는 일이 두려웠다. 적어도 12년 전에는 그랬었다. 처음으로 담임으로 부임했던 교회에서 목회적 어려움에 직면했었다. 나의 고민을 한참 들어보시던 목사님께서 교회를 개척하라고 하셨다. 강력하게 권하셨다. 개척이 힘들지만 하나님께서 인도하시므로 걱정할게 없다고 하셨다. 그 분의 교회도 방문해보고 예배도 참여했었다. 정말 부러웠다. 교회의 지지와 성원 속에 마음껏 목회하시는 그 분이 정말 부러웠다. 나도 교회를 개척하고 싶은 마음이 잠깐 들기도 했었다. 그러나 두려웠다. 동기 목사 한 명은 이런 말도 해주었다. “형님 같은 사람이 개척 해야지요” 나를 위해 한 말이지만, 나를 폭로하는 말이었다. 내 안에 있는 두려움을 폭로하는 말이었다. 그만큼 그 때는 교회를 개척하는 일이 두려웠다.

  그로부터 10년 후, 나는 교회를 갑자기 그만 두게 되었다. 장로교회의 헌법을 따라 올바른 신앙고백 위에 개혁주의 교회를 건설하고 싶었다. 예수님의 제자를 양육하고 싶었다. 나름 애를 쓰고 나름 노력했다. 그러나 나는 부족했고 하나님은 나의 목회를 중단시키셨다. 어느 복된 주일에 나는 광야로 던져졌다. 선배들처럼 나도 무조건 기도원으로 갔다. 한 달 이상을 기도원에 머물렀다. 공부도 안되고 기도도 안되었다. 사람들의 말은 점점 더 듣기 싫어졌다. 하나님께 매달렸다. 발버둥을 쳤다. 그러다가 이사야 10장 3절과 15절 말씀이 마음에 꽂혔다. "벌하시는 날과 멀리서 오는 환난 때에 너희가 어떻게 하려느냐 누구에게로 도망하여 도움을 구하겠으며 너희의 영화를 어느 곳에 두려느냐?"(사 10:3), "도끼가 어찌 찍는 자에게 스스로 자랑하겠으며 톱이 어찌 켜는 자에게 스스로 큰 체하겠느냐 이는 막대기가 자기를 드는 자를 움직이려 하며 몽둥이가 나무 아닌 사람을 들려 함과 같음이로다."(사 10:15) 하나님께 고백했다. “저는 저의 왕이요 주인이신 하나님의 손에 사용되는 도구일 뿐입니다.” 교회를 떠나면서 성도들에게도 똑 같은 말을 들려주었다.

  호기롭게 교회를 그만둘 때에는 당연히 청빙이 있을 줄 알았다. 하나님께서 예비하신 교회가 있으리라 믿었다. 나를 알아보고 기다렸다는 듯이 모시고갈 교회가 한 개 정도는 있을 줄 착각했다. 그런 탓인지 충격이 크게 느껴지지 않았고 기다림에도 지치지 않았다. 그러나 만 6개월 동안 청빙 전화는 한 통도 없었다. 곁에 있는 사람들이 한 마디씩 위로해주었다. “사람들이 몰라서 그래”, “분명히 어디에선가 연락이 올거야”. 전혀 위로가 되지 않았다. 교회를 사임하겠다고 발표한 후 신대원에서 4개월을 머물렀다. 기독교윤리학 공부도 할겸, 마음도 추스릴 겸 신대원기숙사에서 뜨거운 여름을 보내고 가을을 보냈다. 숨죽이고 지냈다. 하루에 만보씩 죽자고 걸었다. 그런데 지금 돌아보면, 하나님께서 그 때부터 계획을 가지고 계셨다. 나에게 한 가지씩 보여주기 시작하셨다.

  외국에 있는 동기 목사가 나를 걱정하며 카톡으로 전화를 했다. 임대아파트를 신청해보라고 했다. 김포에 있는 10여년 된 임대아파트에서 12가구 모집을 하는데 인터넷으로 신청하면 되니까 당장 해보라고 권했다. ‘나는 청빙 받아 갈건데 임대아파트는 왜 해?’라는 생각이 들어 거절했다. 그런데 아내를 설득하고 나를 계속 설득하는 바람에 인터넷으로 신청을 하게 되었다. 전혀 기대하지 않았는데 약 50대1의 경쟁을 뚫고 당첨이 되어버렸다. 심사를 통과하고 입주가 확정되어버렸다. 그렇게 하나님께서는 교회개척에 대하여 두려워 떨었던 나를 위해 먼저 사택을 준비해주셨다. 다른 교회의 청빙이 있을거라고 착각하고 있는 나를 위해 교회 개척을 위한 첫 걸음을 내딛게 하셨다. 첫 번째 신호를 보여주셨다. 교회 개척이 이미 시작되고 있었음을 그 때는 정말 몰랐었다.



조회수 0회댓글 0개

최근 게시물

전체 보기

신학이 담겨있는 주보

[교회개척이야기 11] ​ 유영업목사 ​ 주보를 만드는 일이 쉽지 않았다. 첫 예배를 준비하며 주보를 구상하기 시작했다. 주보를 왜 만드는지 먼저 생각했다. 주보는 주일에 성도들이 예배하러 와서 처음 보게 된다. 그리고 교회를 방문하는 이들에게...

기도하며 보게 되는 하나님의 손길

[교회개척이야기 10] ​ 유영업 목사 ​ 하나님께서 기뻐하셨다. 여러 가지 신호를 보여주셨다. 기도하는 가운데 교회 개척의 길로 한 걸음씩 내딛기 시작하자 하나님의 손길이 나타났다. 그 중에 K부부는 부인할 수 없는 하나님의 손길이었다....

헤아림과 기다림과 설렘의 기도

[교회개척이야기 9] 유영업 목사 기도회를 시작했다. 김포장로교회의 성도들이 남의 예배당에서 교회를 시작하며 첫 번째로 한 일은 기도다.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쉽지 않았다. 마음이 급하면 기도가 안된다. 기도부터 안된다. 염려가 짓누르면 기도에...

Comments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