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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을 안식으로 바꾸는 힘

최종 수정일: 2024년 1월 13일

[교회 개척 이야기 3]


유영업 목사

고독은 버림받은 사람에게 찾아온다. 갈 길이 보이지 않는 자에게 주어진다. 그건 끝이다. 사방이 가로 막혀 있다. 그러나 안식은 선택된 사람에게 주어진다. 갈 길이 약속 되어 있다. 그건 시작이다. 무한한 길이 열려있다. 7월의 마지막 날, ‘투돌이’(2007년 투싼의 애칭)에 한 가득 짐을 싣고 남쪽으로 내려가는 길은 고독이었다. 내려가기 직전까지도 하나님께서 주신 이사야 말씀에 온전히 순복하는 일이 어려웠다. 피할 수 없는 싸움이라는 생각이 나를 괴롭혔다. 도망가는 비겁자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말씀을 따라 순복하겠다고 마음먹고 나니 가벼워졌다. 오랜 친구가 나를 위로해주고 밥도 사주었다. 며칠 먹을 밥값도 손에 쥐어주었다. 힘이 났다. 친구가 함께 있어준 순간에는 내가 고독으로 들어가는 줄 몰랐다.

운전대를 잡고 고속도로로 접어들면서 고독이 밀려왔다. 본래 신대원에서 6개월 정도 묵기로 한 것은 안식을 위함이었다. 목회에서 받는 엄청난 중압감을 다 내려놓고 안식하기 위해 계획한 일이었다. 미래를 위한 안식이었다. 그런데 상황이 완전히 뒤집혀버렸다. 안식으로 가는 길이 고독의 길이 된 것이다. 본래 가지고 있었던 미래의 꿈이 다 부서졌다. 사람들에 대한 고민도 의미 없어졌다. 교회를 위한 씨름도 끝나버렸다. 생각의 파동이 이어지더니 끝에서 고독이 밀려 왔다. 친구의 따뜻한 격려가 있었지만, 금방 사라졌다. 내가 바보처럼 느껴졌다. 고독의 공격은 거세고 집요했다. 분명히 하나님께서 말씀하셨는데 힘들었다. 하나님도 멀어지고 말씀도 멀어지고 있었다. 이렇게 시간을 보내면 안될텐데 하는 걱정이 밀려들었다. 무엇을 해야 할까? 나는 본래 안식하려고 했으니까 그냥 안식을 누려보자고 마음을 다잡았다. 그런데 무엇을 위한 안식인가 라는 질문에 답을 얻지 못했다. 막혀버렸다. 그 때는 개척교회가 그 답인 줄 몰랐다. 개척교회라는 길이 있는 줄 미처 몰랐다.

신대원 기숙사 방에서 짐을 정리하고 나니 고독이 문을 열고 성큼 들어왔다. 뭘 해야할지 머리가 멍해졌다. 기독교윤리학, 1학기 때 시작했던 공부가 힘들어졌다. 나는 성경 자체를 살피고 연구하고 묵상하는 일을 좋아한다. 말씀묵상을 동역자들과 나누길 좋아한다. 그들의 피드백을 받으며 격려를 받고 힘을 얻곤 한다. 사랑과 지지가 그 속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섬기던 교회가 나에게 다른 차원의 공부를 하도록 요청해서 기독교윤리학을 시작하였다. 성도들을 위해 늦은 나이에 기독교윤리학에 입문한 것이다. 그런데 그 이유가 사라져버렸다. 다른 이유를 찾아야만 했다. 안식일 때는 공부가 신났었는데, 고독이 되고나니 공부가 싫어졌다. 그러나 교수님들의 강의를 듣고 그와 관련된 책을 읽으며 고독에 조금씩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잃어버렸던 의미가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고통당하는 교회가 눈에 들어왔다. 뭔가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 내가 지금 안식하고 있는 건가?

시간이 지나면서 고독이 안식으로 바뀌었다. 하나님께서 보내신 사람들이 견인해주었다. 나를 기억하여 기도해주고 달려와 준 사람들이 있었다. 자기도 힘들면서 힘든 나를 위해 몇 번이고 달려와 밥도 사고 밥값도 주고 그냥 같이 있어준 동역자, 6년여 동안 성경공부를 하면서 조금씩 자라 이제는 오히려 나를 격려해주는 제자들, 한 걸음에 달려와 놀라우신 하나님을 간증하며 한껏 새 힘을 불어넣어주신 목사님, ‘영업아, 힘들제? 말 안해 다 안다. 돈 좀 부쳤다. 힘내라. 끊자.’라고 전화해주셨던 대학시절의 선배, 부천에서 천안까지 막히는 거리를 달려와 밥을 사고 커피를 사준 노회목사님들, 그리고 이방의 빛 17기 훈련생들... 그들의 밝고 맑은 모습은 나에게 말로 다할 수 없는 힘이 되었다. 이방의빛 차세대지도자훈련은 내가 20년동안 봉사해온 사역이다. 매년 7~8명의 청년들을 선발해서 차세대 지도자로 키우자는 일념으로 몇몇 목사님들과 동역해왔다. 최근에는 2년에 한번씩 선발하여 17기 훈련까지 마쳤다. 이방의 빛 17기 훈련생들은 격동의 시기에 가장 큰 위로가 되었다. 내가 그래도 괜찮은 선생임을 느끼도록 존경과 신뢰를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나님께서 보내주신 사람들로 인해 나는 변화되고 있었다. 고독에서 벗어나 안식의 동산에 들어가 있었다. 새힘을 축적하고 있었다.

고독과 안식은 하던 일에서 단절된다는 점에서 비슷한데 현재를 넘어 미래로 이어지는 순간 완전히 달라진다. 고독은 미래로 인해 나를 더 망가지게 만들지만 안식은 미래로 인해 나를 충전하게 만든다. 고독을 안식으로 바꾸는 힘은 사람들로 인해 주어졌다. 바로 하나님께서 보내주신 사람들이다. 만일 고독을 곱씹으며 홀로 시간을 보냈다면 교회개척의 사명을 받아들일 수 없었을 것이다. 그랬다면 지금쯤 나는 뭘 하고 있을까? 생각조차 하기 싫다. 매주 이어지던 사람들의 위로... 그들로 인해 나는 고독을 넘어 안식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새 힘을 축적할 수 있었다. 교회개척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가고 있었다.

교회개척 이야기 3 고독을 안식으로 바꾸는 힘 - 고신뉴스 KN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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